2024. 1. 8. 00:00ㆍ카테고리 없음
사람의 마음 속은 바다와 같습니다. 맑은 날에는 더 없이 따듯한 햇살 아래로 잔잔한 푸른 바다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바람이 불고 폭풍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그 아름답던 바다는 난폭한 해일을 일으키며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성을 냅니다. 사람의 감정은 바다와 같은 매질일 뿐이며 많은 변화는 그 상태가 약간씩 달라지는 것처럼 보여질 뿐입니다. 화를 내는 것도 기뻐하는 것도 사실은 온전한 마음일 뿐이고 그것에 너무 번뇌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감정의 변화가 일게 마련입니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 그 정도가 심한 것에 이르기까지 사람에 따라 견딜 수 있는 한계에 차이는 있지만 결국은 바다와 같은 성질이라는 것은 같습니다. 불교에서는 자신의 의사에 어그러짐에 대해서 성을 내는 일을 진에(瞋恚)라 합니다. 108번뇌 중 가장 무서운 삼독(三毒)인 탐욕(貪慾),진에(瞋恚),우치(愚癡) 중 하나입니다. 인간 세상의 번뇌를 없애기 위해서는 그 근본 원인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진수를 깨달았다고 해서 번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모순된 이야기 같지만,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해 지는 때는 그 번뇌 자체가 사실은 행복의 씨앗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일 것입니다.
화를 대하는 사람의 방식에 따라 인생은 극단적으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옥이라 부르는 환경은 사실 그 바다의 움직임에 따라 현실 속 마음에서 생겨납니다. 사람이 화를 내게 될 때에는 이성이 마비되고 지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타인이 화를 낼 때에는 이성적으로 판단하라는 둥 매우 차분한 사람도 있지만 정작 자신이 그 상태에 놓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같은 모습이 되어 버립니다. 사회 속에서 화를 내서 얻게 되는 작은 이득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손해가 더 많습니다. 맑은 개울에 들어가 신나게 첨벙거리면 잠시 기분은 좋지만 물고기도 도망을 가며 물도 금새 흙탕물로 바뀌게 됩니다. 화를 내서 기분이라도 좋아진다면 모르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듯 합니다. 화를 잘 내면 앞으로 생길 이득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경험을 통해 알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이 진정되고 반드시 후회가 뒤따릅니다.
욱하는 마음과 화는 무모함에서 생겨나고 후회로 끝이 납니다. 자신이 화를 낸다는 자각이 없음은 주위사람에게 자신이 무모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화를 낸 결과로 무엇을 얻었는지 무엇이 남겨졌는지 스스로 되돌아보세요. 화를 잘 내는 사람일수록 항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경우 울컥하는 기분이 생기곤 합니다. 마음에 욕심이 생기면 어떤 온화한 것에도 화가 나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친구들과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 카드게임을 할 때에는 단지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지만, 돈이 걸리고 따려고 하는 마음이 생기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가려고 하는 대학이나 직장에 떨어지거나, 경마나 복권에 떨어졌을 때라도 만약 화가 난다면 그것은 자신의 마음 속에 어떤 욕심이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화를 냄으로 해서 일순간에 감정을 풀어보려는 시도는 처음 한 순간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길어야 하루이고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다시 답답함이 몰려옵니다. 화를 냄으로 해서 분을 삭이려는 행동을 계속하면 그 인생은 점차 피폐해져 갈 뿐입니다. 화는 내면 낼 수록 습관처럼 되어갑니다.
만약 자신이 화가 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잠시 그 순간 다른 곳으로 가 마음을 가라앉혀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화는 순간적으로 이는 불과 같아서 그 착화의 순간을 잘 모면하면 어느 정도는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 장소를 떠날 수 없다면 잠시 말을 줄이고 숫자를 세거나 기도를 하는 등 잠시 시간을 끄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화를 힘으로 푸는 사람이 가장 하등한 사람이요, 그 다음이 입으로 푸는 사람, 그 다음이 이를 악 물고 참는 사람, 그 다음은 아무리 화가 치밀어도 내색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화가 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즉 번뇌가 사라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번뇌의 거대한 덩어리로 형성되며 그것을 푸는 것이 인생의 과제라고 까지 생각됩니다. 아무런 번뇌가 없는 인간은 오히려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어진 것과 같습니다.
인간은 아무리 많은 것을 깨닫고 그것을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마음의 바다 자체를 사라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그 바다에 부는 바람에 감사하고, 해수면의 변화 하나하나에 동요하지 않게 되어갈 뿐인 것입니다. 그렇게 근본적인 성질과 원인, 결과를 받아들이게 되면 차차 놀랄 일도 화를 낼 일도 줄어들게 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