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원자폭탄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2024. 2. 6. 12:27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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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원자폭탄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원자력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 것입니다.

또한 원자력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요번에는 얼렁뚱땅이긴 하지만 원자력이 왜 힘을 얻으며, 상대성 이론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살짝 만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기초지식

뒤에서 나올 아인슈타인의 식을 잠시만 먼저 설명하고 가기로 하겠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식은 E=mc^2를 말합니다. 각각의 매개변수는 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빛의 속도(광속)을 나타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광고며 일상생활에서 어떤 경로로든 한번씩은 접했을 것입니다. 당연히 이 식은 물리학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식일 것입니다. 그 뜻은 대충, 에너지는 질량과 비례한다는 말입니다.

즉, 무거운 것 일수록 에너지가 크고, 가벼운 것은 에너지가 작다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체중이 무거운 사람이 가벼운 사람보다 힘이 세다는 그런 것이 아니라 ‘무게를 모두 에너지로 변환하면’ 무거운 사람 쪽이 에너지가 커진다라는 말이 됩니다.



‘에너지와 질량은 비례한다’라는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는 이 말이 왜 대단한지 잘 이해가 안가는 분들을 위해 조금만 더 설명하자면, ‘에너지’라는 의미를 근본부터 뒤집어 버리는 것이기에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에너지란, 어떤 종류의 힘이 작용하거나, 물건이 움직이거나, 열을 내거나, 전기가 흐르거나, 우리들이 판단하기에 ‘저거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되는 것만을 에너지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E=mc^2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질량만 있으면 에너지가 된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열이 없어도, 움직이지 않아도 같습니다. 물리에서는 ‘정지 에너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무슨 에너지가 있을까 하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런 비상식적인 것을 나타낸 것이 E=mc^2라는 것입니다.



에너지도 질량도 원래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되어 왔습니다. 어려운 말로 ‘에너지 보존의 법칙’,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각각 에너지와 질량이 보존된다는 것입니다.

무(無)에서는 에너지가 생기지 않고, 무(無)에서는 질량이 생기지 않는다. 당연히 그렇게 이해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E=mc^2에 따르면, 에너지가 줄어들어 질량이 생겨나거나, 질량이 줄어들어 에너지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에너지와 질량은 각각 따로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 질량’ 같이 합계로 보존되는 것이었던 겁니다.

대게 물리의 이런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개념은 기본적으로 수식으로만 예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리학을 한다는 것은 기계를 뜯어 보고 이상한 약품을 다루는 것보다 이처럼 수학을 끼고 산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우리는 지금과 같은 과학문명을 얻었으니 수학의 힘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에너지와 질량이 변환 가능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리에서는 ‘에너지와 질량 동등성’이라 불립니다. 그리고 단지 변환될 뿐 아니라, 에너지와 질량이 비례한다는 것 까지 알아 냈습니다. 그것이 E=mc^2입니다.



*화학반응과 질량보존이라는 거짓

원자력 발전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간단히 요점만 추려보겠습니다.



-우란 핵분열 반응: 우란이란 물질을 예로 들겠습니다.

우란이란 원자는 ‘우란 238’과 ‘우란 235’가 있습니다. 238은 기본적으로 안전한 원자이지만, 235는 위험합니다. 무엇이 위험한지 하나하나 보겠습니다.

우란235는 ‘중성자’라는 입자를 충돌시키면 핵분열을 일으켜서 두 개 이상의 ‘핵분열 파편’과 ‘중성자’를 방출 합니다.

이 때에 핵분열 반응에 의해 다시 ‘중성자’를 방출한다는 데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때에 나온 중성자는, 또다시 다른 ‘우란 235’를 핵분열 시키는 뇌관이 됩니다.

다시 말해 한번 ‘우란 235’에 ‘중성자’를 충돌 시키면, 연쇄적으로 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핵분열의 ‘연쇄반응’이라고 합니다. 간혹 핵발전소의 뉴스 같은데서 나오는 ‘제어봉’은 중성자의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중성자의 수로 반응의 빠르기를 조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라부아지에의 질량 보존의 법칙

중학교 화학에 ‘질량 보존의 법칙’이 나왔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키면 물이 생기나 실험을 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식으로는 2H2 + O2 = 2H2O)

물은 산소와 수소로 구성된 화합물이지만, 두 기체를 유리병에 담아 두어도 보통 조건에서는 물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두 원소 사이에 화학반응이 너무 느리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원소가 담긴 그릇을 뜨겁게 해주면 금방 수증기가 생깁니다. 이것은 열이 화학반응을 빨라지도록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수소와 산소가 분리되어 있을 때와 물이 만들어 졌을 때, 합계의 질량은 변하지 않는 다는 법칙입니다.

‘질량 보존의 법칙’은 이해하기 쉽기는 하지만 문제는 실제로는 이것이 틀리다는 것입니다.

이 법칙을 발견한 18세기 후반의 실험 환경에서는 정밀도가 떨어져 눈치 채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실험 기술이 고도화 되면서 기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질량 보존의 법칙’이 아니라 ‘질량 +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생깁니다.



처음 예로든 중성자와 우란235의 충돌을 저울로 측정해 본다고 치면, 분열 후에도 같을 것 같지만 실은 충돌전의 것이 조금 더 무겁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즉 이것은 화학반응에 따라 질량의 일부가 어디론가 날아갔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어디로 날라갔을까? 그 답을 나타내는 것이 E=mc^2인 것입니다.

날아가 버린 질량은 ‘에너지와 질량은 같다’라는 것에 따라 에너지로 변해 버린 겁니다.



-원자력 발전

원자력 발전은 위에서 말한 ‘질량의 감소에 따른 에너지’를 이용해서 발전합니다.

원자력은 효율이 좋다고 하는데 이것도 E=mc^2로 알 수 있습니다.

이 식을 보면, 에너지와 질량이 비례한다고 했는데 비례정수인 c2는 빛의 속도 입니다.

진공중의 빛의 속도를 나타내면 c = 3x10^8(m/s) = 300000000(m/s)이고, 그것의 자승은

C^2 = 90000000000000000(m/s)가 됩니다. 0이 엄청 많습니다.

이런 막대한 질량이 곱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극소량의 질량이라도 에너지로 환산하면 엄청난 숫자가 되는 것입니다.

대체로 1g이 모두 에너지로 변하면 약 8만세대가 한 달 동안 소비할 전력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폭탄으로도 사용되는 것입니다.

(원자력에 대한 설명은 추후 따로 설명하겠습니다.)



*아인슈타인과 원자폭탄의 역사적 관계

원자폭탄은 아인슈타인이 만들었다고?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 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독일에서 태어난 유다야인(유태인) 입니다. 물론 천성적인 천재였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행동이 느리고 무엇이든 더뎠다고 합니다.

스위스의 대학으로 진학하고도 성적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물리실험 평가는 거의 F였고 실험실에서 몇 번 폭발도 일으켰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 후에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고 스위스에서 지인의 소개로 공무원이 되어 특허에 관한 일을 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시계 산업이 가장 발달된 곳으로, 아인슈타인 앞으로 시계에 관한 특허가 수없이 많이 몰렸다고 합니다. 그 때에 아인슈타인은 시간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진위 여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1905년, 이 때가 물리학사 중에서도 ‘기적의 해’라고 불립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때 ‘광전효과’, ‘브라운 운동’, ‘특수 상대론’ 같은 초 일급의 논문을 연속으로 3번이나 제출합니다.

그것은 하나 하나가 노벨상 감이었고, 물리학계에 혁명을 일으킬 논문이었습니다. 상대성 이론을 건방지게 말하면 ‘아직도 뉴톤역학을 배우는 거야? 그딴거 쓸모 없거든’이라고 하는 것이었으니 말입니다.

한마디 보태면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탄 것은 상대성이론 때문이 아니라 ‘광전효과’로 탔습니다. 노벨상은 같은 분야에서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고, 당시에는 상대성 이론을 증명할 실험이 전무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2년 후인 1907년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의 논리로 E=mc^2가 성립됨을 증명합니다.

시대가 변하여 1914년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합니다. 아인슈타인은 평화주의자로 유명합니다. 그는 철저히 전쟁을 반대하지만 아무런 힘도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1919년 아인슈타인의 고향 독일은 패전합니다.

그뿐 아니라 히틀러에 의해 나치가 정권을 잡으며 유태인이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상당한 고초를 격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미국으로 도망을 결심하고 떠난 뒤 독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제1, 2차 세계대전은 ‘과학전쟁’으로 대변됩니다. 과학의 힘이 이때만큼 병기화 되었던 적은 없습니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과학은 크게 성장하고, 원자폭탄도 착착 개발이 진행됩니다.

그것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뒷받침해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아인슈타인의 ‘평화’에 대한 갈망을 짓밟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1939년 독일이 세력을 확대해 가자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은 당시의 미국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앞으로 ‘원자력과 그 군사적 이용 가능성’에 대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보냅니다.

이것은 실제로는 아인슈타인이 서류에 사인을 했을 뿐, 스스로 문서를 쓴 것은 아니었지만(문서는 아인슈타인의 제자 레온 실라르드가 작성), 그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학자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아인슈타인이 루즈벨트에게 보낸 편지’라고 말합니다.



간단히 말해 아인슈타인이 루즈벨트에게, 지금 빨리 핵폭탄을 만들지 않으면 나치 독일이 먼저 만들 것이다라고 원자폭탄 개발을 독촉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원자폭탄은 이상하게도 우리가 알듯이 독일이 아닌 일본으로 향합니다.

1945년 5월 7일 독일이 항복하고 잠시 핵폭탄을 쓸 일이 없어졌었는데, 일본이 강력하게 저항하는 통에 할 수 없이 이 카드를 꺼내고야 맙니다.



1955년 ‘러셀 아인슈타인 선언(Russell–Einstein Manifesto)’에서 보면 아인슈타인이 원자폭탄의 사용을 얼마나 가슴 아파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중심이 되어,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앞다투어 개발하던 핵병기와 수소폭탄 실험을 폐지하고, 과학기술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기를 호소한 선업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죽고 3개월 후에 발표되어 ‘아인슈타인의 유서’로 불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아인슈타인이 경고하는 대로 과학이 양날의 검 임을 확실히 인지해야 합니다. 역사란 잘못을 배우기 위해 있는 것이고, 이것으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기에 인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E=mc^2가 수식으로 존재 할 때는 별거 아닌거 같지만, 실제로 그 의미를 이해하고 나면 식은 땀이 흐릅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이 너무나도 연약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 아인슈타인이 루즈벨트에게 보낸 편지



최근 엔리코 페르미와 레온 실라르드가 저와 주고 받은 연구 필사본들을 살펴본 결과, 저는 우라늄을 재료로 새롭고 중요한 에너지원이 머지 않아 사용될 수 있다고 예측하게 되었습니다. 예의주시하여야 할 이러한 상황의 전개때문에, 필요할 경우, 행정 부문의 신속한 행동이 요청됩니다. 따라서 저는 다음의 사실과 추천 사항을 귀하에게 전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프레데리크 졸리오퀴리의 연구와, 잘 아시는 미국의 페르미와 실라르드가 진행한 지난 넉달 동안의 연구를 통해, 큰 질량의 우라늄의 핵 연쇄 반응은 매우 큰 힘과 라듐 비슷한 많은 양의 새로운 원소들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조절 가능하다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이것은 조속한 시일 내에 실현 가능합니다.

이 새로운 현상은 폭탄 제조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하여 만들어질 새로운 형태의 폭탄은 가장 낮추어 생각하여도 극도로 강력한 폭탄이 될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폭탄 단 한 개를 보트에 실어 폭발시킨다면, 보트가 있던 항구 전체와 인근 지역 모두를 일순간에 파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폭탄은 공중으로 운송하기에는 너무 무겁습니다.

미국에는 쓸만한 우라늄 광석이 너무 적습니다. 질 좋은 우라늄 광석은 캐나다, 체코슬로바키아 등지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우라늄 광석 자원은 벨기에령 콩고에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볼 때, 귀하는 미국내의 관료들과 물리학자 그룹이 함께 일하도록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한가지 방안은 귀하가 다음의 사람들을 모아 격려하고 비공식적 역량을 제공할 수 있도록 위탁하는 것입니다.



a) 정부 부서는 향후 개발의 정보 유지, 이후 행정 방안의 공지, 미국으로의 우라늄 광석 공급에 대한 보안 문제 해결을 시행해야 합니다.



b) 실험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대학 연구소의 예산을 확장여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기금의 조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기부의사가 있는 자나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있는 기업 연구소와의 협력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독일이 스스로 사용하기 위해 체코슬라바키아의 우라늄 광산에 대해 판매 금지 조치를 시행하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독일이 이렇게 빨리 움직인 것은 아마도 독일 국가 보안부의 폰 바이제커와 같은 이들이 베를린의 카이저-빌헬름-협회에 미국이 우라늄을 가지고 무언가 하고 있노라 보고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진심을 담아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러셀-아인슈타인 선언



우리는 인류가 비극적 상황 속에 처해 있다고 판단하면서, 과학자들이 회의를 개최하여 대량 파괴 무기가 발달한 결과로서 야기되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을 평가하고, 첨부된 초안에 담긴 정신에 입각하여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저러한 국가나 대륙이나 이념에 얽매이는 구성원이 아니라, 미래의 존립성마저도 위협받고 있는 인류라는 생물 종에 속하는 구성원으로서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세계는 온통 분쟁에 휩싸여 있다. 또한 규모가 작은 모든 분쟁들은 공산주의와 반공주의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매우 첨예한 투쟁의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다.

정치의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 이러한 문제들 중에서 적어도 한 가지 문제에 대해 확고한 견해를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분이 가능한 한 그런 입장에서 잠시 벗어나서, 찬란한 역사를 이루어 왔으며 우리들 중 아무도 멸종되길 바라지 않는 인류 구성원의 입장에서만 각자 스스로 되돌아보기를 원한다.

우리는 특정한 집단에게 호소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겠다. 모두가 너나할것없이 위험에 처해 있는 경우, 그 위험을 자각하기만 해도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희망이 존재한다.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설사 우리가 특정 집단을 선호한다고 해도, 그 집단이 무력 수단을 이용하여 승리할 수 있도록 어떤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제는 더 이상 그러한 조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이렇게 자문해야 한다. 즉, 모든 당사자에게 필연적으로 재앙을 가져다주는 무력 투쟁을 방지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



일반 대중과 심지어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조차 핵폭탄을 사용한 전쟁으로 인해 초래할 실상을 미처 자각하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일반 대중은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는 정도로 인식한다. 새로운 폭탄이 과거의 폭탄보다 위력이 훨씬 강력하다는 점, 즉 원자폭탄 한 발로써 히로시마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었던 반면에, 수소폭탄 한 발로써 런던이나 뉴욕이나 모스크바와 같이 규모가 훨씬 큰 도시들을 완전히 파괴시킬 수 있다고 이해한다.

수소폭탄을 사용하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틀림없이 대도시는 완전히 파괴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는 우리가 겪게 되는 자그마한 재앙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가령 런던과 뉴욕과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모두 다 몰살당했다고 해도, 세계는 수세기가 지나는 동안에 그 타격으로부터 회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특히 비키니 실험 이후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훨씬 넓은 지역에 걸쳐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핵폭탄이 점차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매우 믿을 만한 권위자의 견해에 따르면, 핵폭탄의 파괴력이 이제는 히로시마를 파괴했던 핵폭탄의 이천오백 배나 될 정도로 강력한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한 폭탄 한 발이 지상 근처나 수중에서 폭발할 경우에 방사능 입자가 상층대기로 보내진다. 그러한 입자는 치명적인 먼지나 강우의 형태로 서서히 낙하하여 지구의 표면에 도달한다. 일본의 어부들과 그들이 잡은 어류를 오염시켰던 주범이 바로 이 먼지였다. 그처럼 치명적인 방사능 입자가 퍼져 나가는 범위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가장 권위 있는 사람들 모두가 만장일치로 공감하는 견해에 따르면, 수소폭탄을 사용하는 전쟁이 한 차례만 일어나더라도 인류가 종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만일 여러 개의 수소폭탄이 사용될 경우, 그 순간에 곧바로 죽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병으로 인해 서서히 고통을 겪으면서 몸이 망가져 가다가 결국에는 인류 전체가 죽음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군사 전략적 차원에서 저명한 과학자와 권위자들로부터 수많은 경고가 있었다. 그들 중에서 아무도 최악의 사태가 틀림없이 예상된다고 밝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결과가 일어날 수 있고, 그러한 결과가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고 그들은 말할 따름이다. 우리는 아직까지 이 문제에 관한 전문가의 견해가 조금이라도 그들의 정치적 입장이나 편견에 좌우되었다는 조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의 견해는 오로지 특정한 전문가의 지식수준에 의존하고 있을 따름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조사 과정을 통해 밝혀졌다. 우리는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제 우리는 여러분에게 적나라하고도 무시무시하고도 피할 수 없는 문제를 제시하겠다. 우리는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인류는 전쟁을 포기할 것인가? 사람들은 전쟁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양자택일의 문제와 마주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을 포기할 경우, 국가의 주권은 어쩔 수 없이 제한될 것이다. 하지만, ‘인류’라는 말이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상황 인식을 가로막는다. 어렴풋한 개념으로 다가오는 ‘인류’에게 위험이 닥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나 자식들이나 후손들에게 위험이 닥쳐 있다는 사실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절실하게 느끼지 못한다. 그들 각자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사라져 가는 절박한 위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식 무기의 사용이 금지된다면, 전쟁이 계속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희망은 환상이다. 수소폭탄을 사용하지 말자고 평화시에 어떤 협정을 맺었다고 해도,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에 그러한 협약은 더 이상 구속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면서,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쌍방은 수소폭탄을 제조하는 일에 착수할 것이다. 그 이유는 어느 한쪽이 그 폭탄을 제조하고 상대방이 그렇지 않을 경우, 그 폭탄을 제조한 쪽이 틀림없이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면적 군비 축소의 일환으로서 핵무기를 폐기하는 협약이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그것은 다소간 중요한 목적에 기여할 것이다. 첫째로 긴장 완화를 지향하는 한, 동서 진영 사이에 맺어지는 모든 협약은 유익하다. 둘째로 양쪽 진영 모두가 상대방이 협약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믿을 경우, 열핵무기3)를 폐기함으로써 진주만4)이 기습적으로 공격을 당했던 경험처럼 기습 공격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현재 양쪽 진영은 기습 공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첨예한 긴장 상태에 빠져 있다. 따라서 우리는 비록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그러한 협약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대다수는 중립적인 입장에 서 있지 않지만, 우리는 인류 구성원으로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즉, 만약 동서 진영의 문제가 공산주의자든 반공주의자든, 또한 아시아인이든 유럽인이든 미국인이든, 또한 백인이든 흑인이든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최대한 만족을 주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이 기울여진다면, 이러한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우리는 동서 진영 모두가 이 점을 이해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지식과 지혜가 지속적으로 진보하느냐 퇴보하느냐가 결정된다. 과연 우리는 싸움을 그만둘 수 없다고 해서 그 대신에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가? 우리는 인류 구성원으로서 인류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여러분의 인간다움을 상기하라. 그런 다음에 나머지는 모두 잊어버려라.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새로운 낙원으로 향하는 전망이 열릴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인류 전체가 멸종당할 위험이 여러분 앞에 다가오게 될 것이다.



결의

우리는 세계의 과학자와 일반 대중이 이 회의에 참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의문에 서명할 것을 제안한다.



‘향후에 세계 대전이 일어날 경우, 핵무기가 틀림없이 사용될 것이고, 그러한 무기가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세계의 모든 정부는 자국의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세계 대전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자각하고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들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분쟁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서 평화적 방법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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