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16. 00:37ㆍ카테고리 없음
수술실에서 임사체험을 한 사람의 이야기
죽기 전까지 죽음을 알기란 어렵다. 어렵다기 보다는 영원히 알 수 없다. 완전히 죽었다 다시 살아난 사람이 주변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신마취 상태에서 죽음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았다는 사람이 있다. 수술을 받기 위해 전신마취를 한 상태에서 자신은 의식을 잃었으며 죽음이 무엇인지 목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임사체험담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듯 그도 죽은 후의 세상이 아름다웠다고 말한다. 어둡고 황량한 분위기가 아니라 따뜻하고 밝은 곳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사후 세계는 대단히 공개적인 장소로 마치 광장과 같았다고 한다. 현세에서는 죽으면 어둡고 외로운 두려운 장소로 의식이 이동할 것이라 믿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의 체험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는 탁 트인 공간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 정신을 잃고 그는 자신의 몸이 공중에 뜨는 듯 한 느낌을 받고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의사는 마취에 의한 일시적인 뇌사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어쨌던 그는 마치 딴 세상으로 빨려가 듯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한다. 자신의 몸이 보이고 서서히 빛으로 빨려 든다는 사람들의 진술과는 다르게, 마치 공간이동을 하듯 시야가 탁 트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시야는 잘 보이지 않았고 마치 무작위적인 무언가가 눈 앞으로 사정없이 스치는 잔상이 보였지만 그것이 물건인지 그림자인지, 빛인지 구별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수 없는 작은 물고기들의 무리 같기도 하고, 무지개가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광경 같기도 했다고 한다. 찰나의 순간이 지난 것 같았지만 시간적인 개념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었다고도 한다. 지루함이나 신기함, 놀람, 두려움, 이런 감정들이 모두 사라지고 그저 보이는 데로 받아들일 뿐이었다고 한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무리는 끝이 없었으며, 그 무리들이 희뿌연 물고기와 같은 것의 정체였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확실히 광장은 사람들로 차 있었고 그 얼굴은 구분하기 힘들었지만 윤곽은 뚜렷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혹자는 이것이 사람들의 영일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의사들은 이것이 일시적인 뇌의 착각이며 환상이라고 말하고, 뇌에 산소가 줄어들면서 시각적으로 투영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 것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진짜 사후 세계의 모습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적어도 죽은 다음의 세상이 생각처럼 외로운 곳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그는 수술 후 살아났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이전에 비해서 훨씬 덜해졌다고 한다. 죽은 뒤에도 인생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안 이상, 현실에서 아둥바둥 하며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더 손해라고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인생의 의의를 둘 것이라고 말하고, 만약 다음에 수술을 해서 연명을 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편안한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2년 후 세상을 떠났고, 가족과 주변 지인들에게 충분한 작별인사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준데 대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마지막 순간은 매우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